입력:22/12/01수정:24/01/07

빌황

황은 로버트슨이 총애하던 ‘천재 문하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 독립해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만들며 ‘새끼 호랑이(Tiger Cub)’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펀드는 연 평균 16%의 이익을 올리며 한창때는 운용액이 5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2002년 한미약품에 투자해 3배 넘는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황은 월가의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중국 은행 주식 거래로 홍콩·미국 양국의 철퇴를 맞아 펀드를 청산했다. 당시 벌금으로만 4400만달러를 냈다. 이후엔 가족과 지인 돈만 운용하는 ‘아케고스’란 펀드를 이끌어 왔다. 이 펀드 규모는 약 70억달러다.

아케고스는 몇몇 유망한 주식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 미국 바이어컴CBS·디스커버리, 미국에 상장된 중국 회사인 바이두·텐센트뮤직·GSX테크듀 등이 아케고스가 많이 투자한 회사들이다. 아케고스는 투자 과정에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는다. 노무라 등은 빌 황의 ‘이름 값’, 그리고 막대한 운용 규모가 가져다줄 주식 거래 수수료 등을 노리고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큰돈을 빌려줬다고 알려졌다.

공매도 세력 공격에 주가 폭락

빚을 내서 투자를 하면, 주가가 올랐을 때는 은행 이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빚투(빚 내서 투자)’의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것이다. ‘내 돈’ 1억원으로 투자했는데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 5000만원만 손해를 보면 되지만, 4억원 빚을 내 총 5억원을 투자하면 2억5000만원이 날라간다. 이자는커녕 원금도 모두 날리고 은행 빚을 갚을 길도 막막해진다. 은행들은 이런 위험이 너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은행이 빌려준 돈으로 산 주식이 어느 정도 하락하면 현금을 계좌에 더 넣으라고 요청한다. 이른바 ‘마진콜 발생’이다. 돈을 못 넣으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아케고스에 이런 문제가 최근 일어났다. 지난 2월부터 미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이 많이 생겼는데, 그 틈을 공매도 세력까지 파고 들었다. 때문에 아케고스가 보유한 바이어콤CBS·디스커버리 등의 주가가 이달 들어 크게 하락했다. 노무라 등은 아케고스에 추가로 돈을 납입하라고 요청했으나 아케고스는 돈을 넣지 못했다. 그 사이 해당 회사의 주가는 더 떨어졌고, 지난주부터 노무라 등이 해당 주식을 대거 내다 팔자 주가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들 은행은 이 주식을 다 팔아도 아케고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고, 1분기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바이어콤CBS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52%, 바이두는 20%, 디스커버리 주가는 41%가 하락했다.

아케고스는 헤엄을 쳐 육지에 오른 뒤 바위에 밧줄을 걸어야 다른 이들도 무사히 상륙할 수 있다. 유대인은 이런 일을 하는 이를 '아케고스'(archegos)라고 불렀다. 창시자, 인도자, 대장 등의 뜻을 갖게 된 연유다. 성경에선 예수님을 뜻한다.


토픽: 개신교,캐시 우드,~t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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